태안사신기
우연한 기회에 마음만 있던 태안 봉사를 기회가 되어서 다녀왔다.
막상 갈 때가 되니 추위 걱정에, 일할 걱정에 사실은 망설였지만
준호를 데리고 다녀 온 태안은 잘했다 싶다.
의외로 스스로 보고 느끼던 준호가 대견스러웠고
비록 하루였지만 준호나 내게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마을을 들어서자 마자 코끝에 와닿는 냄새가
예사롭지 않음을 실감케했다.
해군 통제구역이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지역이라
상황이 더 나빴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자원자의 지휘에 또는 물자 준비에
여러 곳에서 고생하는 군 직원들고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人災가 人材를 이길 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다행스런
마음이었다.
그래도 결국 봉사자 또한 하루의 수고로움으로 응원받고 감사도 받겠지만
검은 빛의 바다를 맥없이 바라다 보며 생게의 막막함을 조약돌을
닦으며 한숨지을 그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무척 아린다.
제법 많은 초등학교 고사리 손들이 제대로 껴지지도 않는 장갑을 끼고
검은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살한 분의 장례가 가는 전날 치뤄졌던 것 같았다.
의혹이 있든 책임이 있든
지금의 상황은 빨리 자연이 자연의 모습을 찾도록 훼손한 사람의 손으로
돌려놓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하루빨리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준호를 비롯한 어린 동심들이 후일 태안사신으로 거듭나길 희망하며..
가는 내내 " 나는 컵라면 먹으러 태안간다" 라고 떠들던 녀석이 막상 도착하니 기름도 마다않고
나름 열심히하는 모습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준호가 어찌나 잘하던지 반장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