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보다 큰 명절로 삼았던 기억의 보름.
엄마는 (왠 손 맛이 그리도 좋았었는지) 보름이면
아침부터 부산스러우셨다.
된장으로 오물조물 무쳐 놓은 나물과
무시와 콩나물로 만든 무우국.
무우를 가마솥 바닥에 깔고 그 위에다 다듬어 둔
붕어를 정갈하게 올려두고
시레기며 고사리며 갖은 양념으로 채운 뒤,
타작한 콩대로 적당한 불을 지피면서
붕어찜은 깊은 맛에 빠져든다.
엄마의 지시에 따라 적당한 불을 피울때면
엄마는 부엌에서 또 다른 음식 채비를 하신다.
우엉채, 콩나물, 연뿌리등 갖은 야채들과
가마솥에서 볶아 낸 쭉정이 땅콩을 곱게 빻아서
양념에다 합류시키고 무언지 알 수 없었던
엄마만의 솜씨로 독특한 맛이 나던 엄마만의 찜을
만들기 시작하셨다.
유독 가마솥을 고집하셨던 이유는 순수한 맛을 내기 위함 이었으리라.
갓 지은 구수한 밥에다 이 년을 묵혀 둔 묵은 김치를 쭉 찢어서
밥술 위에 걸쳐 얹어 첫 술을 뜨고나면
한쪽에 모여있는 갖가지 나물의 맛을 음미하고
유독 좋아했던 구수한 찜은
허기진 배를 두 그릇, 세 그릇을 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붕어와 어우러진 무우는 자연의 맛, 신비한 맛으로 다가오고
중간 중간 들이키는 무우국은 더부룩한 속을 다시 비워준다.
트림과 함께 배가 불러지면 숱가락을 들고
다시 가마솥으로 달려 간다. 누룽지 먹으러..
터질듯한 배는 안중에도 없이
찜 누룽지는 끝도 없이 긁어 먹고 바닥이 드러나야만
그제서야 숱가락을 놓게 했다.
유달리 좋아하던 그 찜을
보름날 아침에 아내가 서투른 솜씨로 장만했다.
제대로 보지도 배우지도 못했으니
감히 엄마의 맛에 비유라도 하겠냐만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만들었으니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감사히 먹었다.
때론 스승같이
때로는 친구처럼
영원히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나의 엄마.
언젠가 어무이하고 부르자 정감없이 들린다고
엄마라 부르라던 정 많은 나의 엄마.
잊으려 할 수록 더 잊지 못하는 엄마.
보름달에 엄마 얼굴이 보일까
그 얼굴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 흐를까봐
나는 보름달을 보지않았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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