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에서 빚어진 일탈 행위가 시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정부에서 실시한 고객만족도 설문조사에 불법으로 참여해 결과를 왜곡한 것이다. 기획예산처 의뢰를 받은 한국생산성본부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 도공 직원 수백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당연히 도공은 공기업 경영평가 순위 1위에 올랐고, 그 대가로 전 직원이 월 급여의 500%나 되는 성과급까지 받았다. 두말할 것도 없는 조직적인 범죄 행위다.
지난해 8월 국가청렴위원회에 제보가 있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설문 응답자 1700여 명 가운데 600여 명을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도공 직원들은 민간인으로 복장과 신분을 위장하고 조사에 응했다고 한다. 불법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 같은 불법 행위에 수백 명이 동원되려면 상부의 지시나 직원들의 담합이 있어야 함은 상식이다. 수사가 도공 전체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수백 명이 가담한 중대 범죄를 일개 경찰서에서 맡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는 부적절하다. 경찰청 차원의 본격적인 수사가 마땅하고, 필요하다면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운용까지 검토할 수 있겠다. 경찰은 주동자를 가려내 선별적으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획예산처는 수사 결과에 따라 성과급 회수나 기관장 문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정도 조치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마침 올해 감사원의 업무계획에 공기업이 감사 대상으로 포함됐다고 한다. 구체적인 시기와 대상·범위 등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감사는 도공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기업에 집중하는 게 맞다. 그리고 수사·감사 결과는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작업의 중요 판단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십만 명의 공기업 임직원이 ‘신이 내린 직장인’이라는 세간의 냉소적 비판에서 해방되고, 스스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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